상·하위 20% 격차 5.3배로 줄어
공적이전소득 작년대비 30.4% ↑
소비 불평등은 2019년보다 상승
5차 재난지원금이 소득 상·하위 20%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3분기 기준 소득 분배 상황이 가장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적이전소득(정부지원금)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와 상위 20%인 5분위 격차는 5.3배였다. 5분위 격차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뒤 상·하위 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늘어나면서 지난해(5.9배)보다 격차가 줄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5배)보다는 소득 격차가 다소 벌어졌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들면서 5분위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1.5%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3만7000원으로 5.7% 늘었다.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5분위보다 3.8배 높았다. 전체 소득 분위에서도 월평균 소득은 8.0% 늘어 472만9000원을 기록했다. 전체 가구 소득은 2006년 1분기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소득 가운데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재난지원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이전소득으로, 지난해 대비 30.4% 증가했다. 근로소득(6.2%)과 사업소득(3.7%)이 늘긴 했지만 공적이전소득에는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10월이었던 추석이 올해는 9월로 앞당겨진 것도 3분기 소득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라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다”며 “상대적으로 소득 규모가 작은 하위 분위 소득 증가에 더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지출은 1분위 가구가 117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분위 가구는 436만1000원으로 4.3% 늘었다. 저소득층이 소득이 크게 늘면서 지출도 여유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계층 간 소비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한 소득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비 진작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소비 불평등 추정 및 주요 특징 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이 크게 작용한 지난해 정부 이전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소비 불평등도는 2019년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완화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불평등이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소득·분배 관련 주요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3분기 지표 개선에 안주하지 않고 취약계층 어려움을 경감하는 포용적 회복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증가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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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