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대란' 부른 주유소 전산망 마비에 이란 "사이버 공격 탓"

유가인상 반정부 시위 2주년 앞두고 발생
주유소 긴 줄에 시민들 "차 버려야 할 판"

▲ 이란 전역의 주요소 전산망 마비에 대대적인 연료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은 26일(현지시간) 테헤란의 한 주유소에 기름을 넣기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 © AFP=뉴스1
대대적 연료공급 중단을 부른 이란 전역의 주요소 전산망 마비에 대해 이란 정부가 "알 수 없는 사이버 공격 탓"이라고 밝혔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은 26일(현지시간) "최고 국가안전위원회서 이란의 연료공급 시스템에 누군가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국영방송은 처음에는 "컴퓨터 시스템 장애"에 의한 중단이라고 밝혔으나, 이후에 "(전산망) 공격에 대한 상세 내용은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영방송은 이날 오전 11시쯤 이란의 연료공급망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이란 전역의 주유소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2년 전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려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2주년을 앞두고 발생했다.

국영방송은 "기술자들을 동원해 수동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주유소 연료공급 시스템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파테메 카히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석유제품 유통을 위한 긴급 회의중"이라고 말했다.

모든 주유소에 줄이 길게 늘어서자 소셜미디어엔 "차 기름을 얻을 수 없어서 차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불평이 속출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년 전 이란 정부의 갑작스러운 유가인상 발표가 전국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켜서다.

당시 시위가 극에 달하자 이란 정부는 1주일간 전역의 인터넷을 끊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 기간 사망자만 4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아흐메드 바히디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를 두고 "휘발유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이버 공격의 주체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의심하고 있다. 2010년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턱스넷 바이러스가 침투해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에 연쇄적인 고장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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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