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美 정치 불확실성 확대·경기 둔화 우려 커져"
"일부 악재 단기간 해소 힘들 수도"
코스피가 약 6개월 만에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상승랠리 이후 뚜렷한 호재 없이 등락을 거듭하는 사이 물가, 금리, 경기 불안 등 조금씩 쌓였던 악재에 대한 우려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코스피를 3000선 아래로 끌어내린 모양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하락한 2962.17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30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3월 24일(2996.35) 이후 6개월 11일 만이다.
코스피는 그동안 쌓였던 악재가 반영되며 장이 열리자마자 3000선 아래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1.01포인트(0.70%) 떨어진 2998.17로 개장했다. 코스피가 3000선 아래에서 거래를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25일(2995.67) 이후 처음이다.
개장 초 순매도 움직임을 보였던 개인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순매수로 전환했다.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55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함께 동반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오전 중 순매도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폭을 키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제유가 급등 및 미국의 정치 불확실성 확산, 중국 등 주요국의 전력난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미·중 무역분쟁 재확산 등 대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코스피가 3000선을 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77.62달러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까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의 경우 민주당이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직면하며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최근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의 신원이 공개되고 서버가 다운됐다는 소식과 더불어 독점 금지 이슈까지 불거진 점도 투자심리 악화를 부추겼다.
또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에 1단계 무역 합의 준수를 요구하며 합의 전까지 중국 대상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50%까지 오르기도 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중국에서는 전력난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주 천연가스와 유가 급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 우려가 신흥국 시장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악재가 겹친 데 따른 영향으로 코스피가 급락한 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증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 중 일부는 단기에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특히 중국 전력난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계속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리 및 물가 상승을 모두 공급 측면 요인으로 해석하고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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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