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잔고 25조956억 달해… 첫 25조 넘어서
일부 증권사 담보융자 중단 "레버리지 투자 자제를"
코스피 지수가 장기적으로 조정이 이어지면서 증시 리스크가 증가하는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증시가 당분간 정체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투자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25조95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5조원을 돌파했다.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최근 반도체 관련주가 큰 조정을 받으면서 이를 저점으로 여긴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매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국민주식으로 일컬어지는 삼성전자의 지난 13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액은 10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특히 신용공여율은 3.25%로 지난 9일(3.32%) 이후 5거래일 연속 3%대를 넘어선 상태다.
SK하이닉스의 신용공여율은 더 높다. 13일 기준 7.14%로 전날(7.16%) 이후 2거래일 연속 7%대를 기록 중이다. 7%를 넘어선 건 지난 4월 20일(7.18%)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신용공여율이란 총 거래량 대비 신용으로 거래된 비중을 말한다. SK하이닉스 기준으로 100주가 거래됐다면 그중 7주는 신용으로 매매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당분간 변동성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 빚투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며, 매크로 불확실성도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할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가 추가 진행되면서 당분간 증시는 정체된 주가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종의 연쇄반응으로 투자자가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로 잡은 주식의 반대매매가 이뤄져 주가의 추가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비율이 낮아질 경우 증권사에서는 추가로 주식을 매수해 비율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자금이 부족할 경우 증권사는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임의로 주식을 매도한다. 이는 ‘주가하락’ → ‘증권사 매도’ → ‘주가 추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빚투가 빠르게 늘면서 담보융자를 중단하는 상황이 다시 연출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증권담보융자를 일시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도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매수거래를 지난달 16일부터 재개했으나 증권담보대출은 여전히 묶어놓은 상태다.
그간 빚투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지나친 레버리지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마다 각자 달라 빚을 내 투자하는 것에 대해 무엇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빚투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도 “매매 타이밍을 내가 아닌 자금이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핸디캡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내놓은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를 통해 “레버리지 투자 확대와 같은 위험 요인이 부각되는 등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특히 신용융자 잔고는 미국·일본 등 주변국보다도 상승폭이 커 신용거래 관련 리스크 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