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인 IMM 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한샘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비상식적인 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한샘은 국내 사모펀드운용사(PEF) IMM PE와 최대주주인 조창걸 회장 및 특수관계인 7인의 보유 지분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가액은 주당 25만원 전후로 추정된다. 조창걸 회장 지분(15.45%)은 주당 20만원, 한샘드뷰연구재단 지분(5.52%) 등 나머지 약 15%에 대해서는 주당 30만원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인수 가격이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매각 가격을 주당 25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M&A에서 주로 이용되는 상각 전 영업이익(이하 EBITDA)멀티플 26배 수준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해준 것이다. 그리고 매각 가격이 주당 2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 20배 전후가 된다.
EBITDA는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한 기업의 영업이익이다. 일종의 '간편법'으로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M&A 거래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즐겨 사용된다. 26배의 EBITDA가 갖는 의미는 지난 1년간 벌어들인 돈의 26배를 M&A 대가로 지불했다는 것이다.
통상 M&A 거래에서 PEF들은 멀티플이 13배 넘는 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업의 잠재력(Upside Potential), 재무 상태의 변화 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기업을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멀티플 13배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IMM PE는 이 마지노선을 크게 뛰어넘었다. 더구나 한샘이 이전에 시도했던 M&A 딜들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샘은 그동안 물밑에서 LG와 LX 그룹, SK네트웍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전략적투자자(SI) 들은 물론이고 해외 PEF인 칼라일, 국내 1위 PEF인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도 협상 테이블을 차린 바 있다. 모든 협상 사례를 취재하진 못했지만, 일부 거래의 경우 기준 가격은 14만~17만원 선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M&A는 성사되지 않았다. 우선, 가격이 높았고 비 가격적인 요인도 한몫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샘은 칼라일과 M&A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갔었는데 가격 등의 문제로 칼라일의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인수를 검토했던 MBK도 이 지분율에 이 가격이라면 기관투자자 등 LP(Limited Partner)들에게 설명을 할 수 없다며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번 MOU가 실제 SPA까지 이어진다면 IMM과 한샘 간 M&A는 그동안의 한국 사모펀드들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체계를 무너뜨리는 딜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게다가 고평가로 인한 투자금 회수(Exit)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기업을 인수한 이후 단기간에 가치를 높여야(밸류업) 한다. 그런데 IMM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하다 보니 그 이상의 가격으로 향후 재매각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MM이 어떤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수의계약(Private Deal)이지만, 제한적 경쟁 입찰 형식처럼 진행된 한샘과의 협상 과정에서 IMM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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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