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운드리 비전’ 반년 不在에 물거품 위기

1월 18일 실형 선고 이후 6개월…삼성전자 '패닉' 상태
'반도체 비전 2030' 지지부진…TSMC·인텔, 투자 확대


‘총수 부재’ 상황을 6개월 넘긴 삼성전자의 ‘반도체 미래’가 불투명하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로 ‘초격차’ 경쟁력을 자랑하지만,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9년 공언했던 ‘반도체 비전 2030(이하 비전 2030)’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지 181일째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상황이 6개월을 넘기면서 사실상 패닉 상태다.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 계획이 올스톱됐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9년 4월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공언한 비전 2030은 답보 상태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무려 133조원을 투자하려는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년여간 비전 2030 투자 계획을 착착 실행해왔다. 지난해 2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의 핵심 공정인 EUV(극자외선) 전용 화성 V1 라인을 본격 가동했고, 그해 5월에는 평택 EUV 전용 파운드리 생산시설 공사에도 착수했다.


비단 자사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 국내 중소·중견 팹리스 업체들을 위한 상생 펀드에도 500억 원 이상을 출자하며 지원 사격했다.

하지만 그의 재수감으로 인해 이런 행보는 전면 중단됐다. 그 사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작년 4분기 18%에서 올 1분기 17%로 떨어졌다.


이 부회장이 비전 2030을 발표했을 당시(18∼19%)보다 하락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파운드리 점유율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검토하는 등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3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가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했고, 200억 달러(22조66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도 짓겠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시설 투자 계획만 공언했을 뿐 실제 투자는 미정이다. 구체적인 부지 선정도 여전히 미정이다.


당초 유력 후보지였던 텍사스주 오스틴시와 인센티브 협상이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터라, 삼성전자는 같은 텍사스주 내 인근 테일러시를 또 다른 후보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들 텍사스주 2곳 외에도 애리조나 인근 굿이어와 퀸크리크 지역, 뉴욕의 제네시카운티 등도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대만 TSMC가 지난 4월 미국에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3조 원) 투자를 공언했고, 인텔도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반면 삼성은 비전 2030은커녕 미국 파운드리 투자도 빨리 확정하지 못하는 등 총수 부재에 따른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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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