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확대·정책 수혜 기대감에 이달 9.5% 올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조기 긴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에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기계업종은 설비투자 확대 전망과 정책 수혜 기대감을 등에 업고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업종 중 기계는 9.50%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87%)을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외부 활동 및 소비 재개 기대감으로 오름세를 보인 서비스업(9.39%)과 섬유·의복(8.29%)보다 큰 상승폭이다.
기계 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현대로템 등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이달 들어 34.42% 급등했고 두산인프라코어도 28.96%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2만1200원에서 이달 22일 2만4400원으로 15.09%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세계 고정자산투자가 늘면서 기계 관련 종목들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주도한 가운데, 하반기 들어서는 신흥국도 고정자산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에는 내구재 주문 증가,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주택 시장 호황에 기반한 민간 부문 고정자산투자 회복이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고정자산투자가 부진했던 신흥국도 최근 환율 안정,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경기 회복으로 고정자산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내구재 주문 증가와 지난해 부진한 설비투자, 물류 대란으로 재고 수준이 낮게 유지되고 있는데 견고한 수요와 낮은 재고로 하반기에는 기계제품들의 가격 인상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가 오름세에는 정부 정책 수혜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정부가 민간 주도 우주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한편, 소형 모듈 원자로(SMR) 북한 지원에 대한 정치권 발언이 잇따르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우주개발 사업 추진과 북한에 대한 소형 원전 지원 등 정치권 발언이 기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며 "수소산업 육성 기대감에 두산퓨얼셀이 상승했고, 현대로템과 현대엘리베이는 주중 부진하다 대북 관련 대화 기대로 주 후반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건설기계 관련 종목이 기계 업종의 턴어라운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이 2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인도 시장에서의 회복 및 미국과 유럽 주택경기 개선세가 이를 만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지수는 지난해 11월 90포인트로 20년 내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데 이어 올해 5월 83포인트를 기록하며 미국 내 주택경기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유럽 건설업체 경기체감지수 역시 2018년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예상을 상회한 중국 내수 시장 판매량 기저효과로 올해 판매량 증감률 둔화는 아쉽지만 인도 및 선진국 시장의 회복을 고려하면 지나친 비관론은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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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