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알뜰주유소에 기름 공급...마진은 사실상 제로, 손실 커질 수도
정유업계 "정유사업 목줄 쥔 정부 압박이 원인...거부하기 힘들다"
주유소업계 "거래량, 판매단가 등 상식적으로 책정해야...시장교란 원인"
SK에너지와 에쓰오일(S-OIL)이 알뜰주유소 1부 공급사 지위를 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낮은 수익성으로 사실상 손실이 확정된 사업을 연장하는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지난달 한국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 2년 연장 여부에 대해 통보했다.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추진하는 주유소 사업이다. 일반 주유소보다 30~1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전국 1240여곳이 영업 중이다. 형태는 자영, NH주유소, 고속도로 주유소 세 가지가 있다.
2019년 진행된 6차 알뜰주유소 공급사 선정 조건은 2+2로, 2년간 공급사 지위를 유지한 후 공급사가 원하면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2023년 8월까지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권리를 갖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지난 2년간 알뜰주유소에 공급한 물량은 50억ℓ를 넘어선다.
알뜰주유소 공급사는 안정된 물량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납품가를 변경할 수 없어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알뜰주유소는 저가에 기름을 공급하는 게 목적인 만큼 공급사는 최소한의 마진만 적용할 수 있다.
현재 낮은 정제마진으로 정유사업 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공급사는 손실이 확정된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1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9.1달러로 올해 초 52.49달러 대비 31.64% 올랐다. 작년 동기(37.97달러)와 비교하면 배 가까운 81.99% 증가했다. 정유업계 정제마진은 5월 마지막 주 기준 1.7달러로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됨에도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작용했다. 알뜰주유소 사업은 저렴한 기름을 공급한다는 그 취지와 달리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유사들의 담합조사를 무기로 알뜰주유소 참여를 강제했다는 것이다.
시장 교란 등 문제점이 매번 제기됐지만 알뜰주유소가 시작되고 7년간 정책의 변화는 사실상 전무하다. 매번 입찰 때마다 정유사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주유소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를 계속할 것이라면 시장 교란 행위를 최소한으로 하는 계약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환 한국석유유통협회 실장은 “지난 2년간 알뜰주유소에 약속된 물량인 50억ℓ가 넘는 물량이 공급되면서 석유공사가 인센티브 잔치까지 한 것으로 안다”며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을 낙담하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계속해야 할 사업이라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시장 교란 행위를 가중시키거나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유사도, 주유소도 모두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이에 대해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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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