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조원대로 불어난 가계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최대치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향후 기준금리까지 높아지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영끌족’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 가계부채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가계대출 중 3, 6개월 단위로 금리를 조정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신규 취급액 기준)은 지난 4월 말 기준 73%까지 높아졌다. 4월에 대출을 받은 대출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달보다 2.3% 포인트 늘어난 수준으로, 2018년 7월(74.2%) 이후 가장 높다. 4월 말 잔액 기준으로 봐도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1.1%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50%가량을 유지했지만, 지난 4월 60%를 넘긴 뒤 지속 확대돼 70%를 넘겼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추면서, 금리가 당분간 지속 하락해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한은이 올해 처음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난 1년여간 이어온 완화적 통화정책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한계치까지 끌어쓴 ‘영끌족’이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은 기준금리와 연동해 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탓에 대출자에게 불리하다. 영끌 수요가 많았던 지난해 6월 이후 지속해서 신규 대출자의 70%가량이 변동금리로 돈을 빌렸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의 리스크는 고스란히 영끌족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시장에서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월 말 기준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85~3.39%로, 지난해 말(2.54~3.14%)보다 0.3% 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이미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이다.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대출금리의 선행지표인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영끌족의 이자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5bp(1bp=0.01% 포인트) 오른 1.227%에 장을 마감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영끌 및 빚투(빚 내서 투자)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오르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연간 12조41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가계대출 가운데 73%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금리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는 한계 차주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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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