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국토부‧서울시, 모든 부동산대책 ‘청년’에 방점…非청년은 좌절

재보궐 선거서 드러난 '5포 세대' 성난 민심...입법, 행정 모두 '청년 부동산'에 올인
'한정된 파이' 놓고 청년 대 비청년 갈등 구도...표심 계산에 또 다른 혐오 부추겨

▲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진표 부동산특위원장. 

국회와 정부, 서울시가 내년 대통령선거(3월 9일), 지방선거(6월 1일 예정)를 앞두고 청년들의 부동산 문제 해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연애·결혼·출산(3포)에 더해 취업·부동산(5포세대)까지 '포기할 수 있는 건 다 포기했다'는 청년들의 성난 민심을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뼈저리게 확인한 탓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공급과 부동산 과세 완화 의제를 선점한 가운데 오세훈의 서울시 역시 청년 지원정책과 24만 가구 공급의 닻을 본격 올렸다.

17일 정부와 서울시, 정치권 등은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이날 민주당 소속 7개 구청장(강남·강동·노원·송파·양천·영등포·은평)들과 재건축 완화, 공시지가 현실화 및 세제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구청장들은 서울 재건축 기준 완화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강동·노원·송파·양천구 등에서는 재건축 연한이 지난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면서 주민들이 재건축 안전진단 등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과세 기준 완화도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20% 급등했다.

이와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무주택 청년들의 주택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대출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LTV 40% 제한을 유지하면서 무주택 청년 계층에 한해 70% 대출을 가능케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초장기 모기지론을 통해 20% 우대혜택을 적용하면 집값의 90%까지는 자금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1일 재산세 과세를 앞두고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도 청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정책 사활을 걸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주택공급'과 '청년정책'에 방점을 찍은 '제38대 서울시정 조직개편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자신의 주요 공약이었던 부동산, 청년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주택건축본부(2급)를 주택정책실(1급)로 격상하고, 청년청을 미래청년기획단으로 격상했다. 개편안은 시의회의 조례 심의·의결을 거쳐 오는 7월 실행이 목표다.

오 시장은 재건축 재개발 신규 인허가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연간 4만8000가구씩, 총 2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개발, 재건축은 당초 계획대로 순항하고 있다"며 "서울 시내에 489개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인 443개 단지에서 계획대로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창업·주택·건강·안전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해 청년층의 지지를 얻겠다는 것은 오 시장의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선거운동 당시 1인 가구가 겪는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등 5대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1인 가구의 절대 다수인 청년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평소 "청년들의 경쟁력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라며 "서울시가 '청년서울'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해법이 특정 계층 지원에만 편향적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인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급진적으로 지원이 집중되면 '청년만 국민이냐'는 또 다른 차별과 혐오의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은 도외시한 채 '표 계산'에만 몰두한 특정 계층의 몰아주기식 지원은 사회적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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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