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 투자 계획 잇단 발표
최태원 회장 등 訪美길 오를 듯
삼성, 20조 규모 공장 증설 검토
현대차, 전기차 설비 등에 8조원
SK·LG는 배터리 공장 건설 추진
美 압박에 선제적 대응 전략인 듯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비롯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 친환경 정책 등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순방길에 삼성과 SK·LG그룹의 주요 경영진이 비공식 경제사절단 형태로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삼성전자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 등이 참석자로 거론된다.
주요 기업 대표가 순방길에 동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 기업의 미국투자계획의 구체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규모는 약 40조원에 이른다.
반도체·배터리 등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강조해 온 미국 측에 상당한 ‘선물’이 될 전망이다.
주요 그룹 투자 계획 가운데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과 더불어 뉴욕, 애리조나 등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 중이며, 현재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달러(8조1417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 및 수소 생태계 확산 등을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 기조에 맞추면서 미래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까지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올가을부터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아이오닉 5를 내년부터 미국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내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미 연방 에너지부(DOE)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 및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회사 GM(제너럴모터스)과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 규모(LG 투자금 1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2025년까지 미국 내 2곳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독자적인 배터리 공장도 신설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공급망 변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세 등 미국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배터리 생산 능력을 선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가동 중이다. 향후 추가적으로 3조원 규모의 3, 4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JV) 설립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번 방미길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계획이 공식 발표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이 미치는 영향력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변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 내 투자 계획이 확대되고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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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