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기 호황,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에 연초 고공 행진하던 반도체 종목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3주간 'KRX 반도체 지수'와 'KRX 정보기술 지수'는 각각 9.76%, 8.45% 하락했다.

두 지수는 이 기간 17개 KRX 업종지수 중 가장 큰 폭으로 내렸으며 코스피 등락률(-1.03%)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반도체 지수에 삼성전자는 없으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37개가 들어갔으며, 정보기술 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IT 관련 종목 52개를 편입했다.

즉 반도체 대장주이자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 업종 지수 하락을 주도한 셈이다.

지난 3주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26%, 10.57%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7만8천500원으로 마감하며 작년 12월 29일(7만8천300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종가가 7만원대로 내려갔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2일에 올해 들어 처음 종가가 11만원대로 밀렸다. 최근 주가는 3월 초 연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3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3조7천665억원, 9천602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원익IPS(-9.73%), DB하이텍(-9.03%), 리노공업(-7.02%), 티씨케이(-23.39%), 고영(-9.35%), 한미반도체(-8.11%) 등 반도체 장비주 주가도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IT 기기 판매 확대와 클라우드용 데이터 서버 증설 등으로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반도체 장기 호황이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도체 업황 호조 기대에 주식 투자 열풍도 맞물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2조69억원, 3조2천630억원 순매수했다.

그러나 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가 쌓이고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반도체주는 조정에 들어갔다.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완성차와 스마트폰 등의 생산 차질 우려가 부각되자 반도체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여기에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상승 전망도 기술주 투자심리를 짓누른 가운데 글로벌 증시에서 반도체주는 고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월 초 고점과 비교해 10% 이상 하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도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TSMC의 4월 매출액 감소와 인텔의 2분기 매출액 감소, 저가 반도체 부품난, 인도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IT 하드웨어 산업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개선세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각각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인텔 낸드·SSD 사업 인수를 통한 체질 개선 등을 고려하면 최근 주가 하락은 비중 확대 기회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