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서 전기차 생산
급증하는 신규 수요 대응 차원
하반기 수소전기트럭 시범사업도
현대차의 미국 대규모 투자는 최근 미국 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대한 호응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가장 큰 판매액을 올리는 지역인 데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기차 판매 확산이 본격화할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미국 정부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에 미국 내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갖출 것을 유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최종 점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 판매 법인에서 현지 직원들을 독려했으며 미국 판매 전략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무뇨즈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도 지난달 29일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과 인센티브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미국 내 현대차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며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자국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GM은 지난해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에 20억 달러(약 2조 2,4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 분야에 220억 달러(약 24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힌 포드는 지난해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루즈강 생산 단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에 7억 달러(약 8,200억 원)를 투자하는 등 자국 내 전기차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오는 2025년 240만 대,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소충전 전문기업과 수소전기트럭 기반의 수소충전 인프라에 대한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항만과 내륙 물류기지 간의 수소전기트럭을 활용한 물류 시범사업을 펼친다. 또한 대형 물류기업과 올 하반기부터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엔진, 발전기 분야 전문 기업인 커민스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다수의 업체와 연료전지시스템 보급을 위해 협업 검토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UAM·로보틱스·자율주행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사업 추진으로 미래 혁신 분야의 경쟁력도 확고히 할 방침이다.
다만 해외 생산과 관련한 노조의 반발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최근 미래차 전환으로 생산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해외 공장 일감을 국내로 되돌릴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이와 관련해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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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