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소법 안착에 최선..과거로 회귀 안돼"(종합)

은성수, 금융권 협회장들과 간담회
"빨리빨리와 소비자보호 양립 어려워"
간담회 이후 현장 은행 방문해 점검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날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인해 시간 지연 등 일부 혼란이 빚어지는 것과 관련, "소비자 보호를 하다보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국민들과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은 위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불완전 판매라는 과거의 나쁜 관행으로 돌아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과거로 가자' 이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빨리빨리와 소비자 보호가 제 생각엔 양립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창구 직원들조차 내용을 잘 몰라 답을 못하는 상황과 관련해선 "리플렛 배포했다는데 창구까진 안 간 거 같다"며 금융권 협회장 등에게 어디까지 전달이 됐는지를 알아봐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소법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협회장님들을 급히 뵙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가 낯선 금융상품에 가입했다가 손해보는 일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그간 일부 상품에만 적용됐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 준수·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 설명 시간이 길어지면서 단순 적금 가입에 최대 30분이 소요되기도 하는 등 금소법 시행 첫날 영업점에서는 은행원과 고객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은 위원장은 금융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위원회(제재심)가 진행 중인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CEO가 제재심을 받고 있는 금융사들은 제재를 경감하려고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그 정력을 창구에서 불완전 판매를 줄이는 데 쓴다면 그런 일(제재심)을 할 필요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은 위원장은 가계대출 억제 및 보이스피싱 문제 해결 등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며 "(금융당국과 협회 등이) 서로 갈등하지 말고 서로 협조해 슬기롭게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은 위원장 외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 박영범 신협중앙회 관리이사,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 조영익 금감원 부원장보, 정희수 생명보험협회 회장,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전무, 하은수 저축은행중앙회 전무가 참석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비공개로 은행 현장을 방문해 금소법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그는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미리 자신의 투자성향을 판단 받은 뒤 은행에서 상담을 받으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물론 책상머리에 있어서 현장을 모르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어서 현장에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협회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다음주부터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업권과 차례로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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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