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제각각

은행별 인하 결정 기준 달라
일괄적인 통계 집계 어려워
카카오뱅크는 작년 9만명 인하
은행권·금융당국, 개선안 검토

▲ 시중은행 대출창구 전경 (연합뉴스 제공)
대출을 받은 뒤 신용도가 오른 고객이 은행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을 받아들인 비율이 은행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이 개선돼도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기준과 비율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혜택을 받은 고객 수는 총 2만9118명이다.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은 총 256억원의 이자를 아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리 인하 적용 시점의 대출 잔액에 대해 인하된 금리로 1년동안 대출을 이용한다는 전제로 추정한 액수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93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이 7063명으로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 5912명, 우리은행 4877명, 그리고 하나은행 1932명 순으로 나타났다. 신청건수 대비 수용건수를 집계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농협은행이 96.4%로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72.7%, 53.2%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46.7%, 신한은행 43.2% 순이다.

다만 수용률은 은행별로 기준이 달라 일괄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신청건수'에 대한 통계 집계 기준에 은행마다 달라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요구권을 신청한 모든 사람을 신청건수에 포함했고, 하나은행은 서류 접수까지 완료한 사람만 신청 건수도 산정했다. 우리은행은 신청자 중 대상이 아닌 사람과 철회나 취소한 사람은 제외했다. 농협은행도 신청 대상이 아닌 사람은 신청 건수 산정에서 뺐다.

금감원 측은 "2019년 6월 금리인하요구권 법제화 이전까지 금리인하요구권이 은행 자율로 운영됨에 따라 명확한 통계 집계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일관성 있는 통계 집계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이전에도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었으나 2019년 6월 법제화를 계기로 활성화됐다. 다만 아직 시중은행들이 고객에게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등 안내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 약정 또는 연장 시 상품설명서에 금리인하요구권을 표시해놓거나 연 1회 정기 문자를 보내는 식으로 안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카카오뱅크는 2019년 9월부터 분기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변경된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알림을 모바일 앱으로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앱을 통해 신용점수 상승과 대출 금리 인하 가능 여부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뱅크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이자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은 지난해 9만명으로 5대 은행을 합친 인원보다 많았다.

은행권이 최근 금융당국과 손잡고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이 전 대출 기간에 주기적으로 요구권에 대해 안내하거나 신용 점수가 오른 고객에게 별도로 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선안은 상반기 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