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폭증 놀랐나…금융당국, 2금융권 DSR도 축소

취약계층 자금난 심화...작년 저축은행 대출 전년대비 19.4% 늘어
적용 기준 차주별로 전환...기존 60%에서 40%로 비율 축소 검토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적용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제2금융권 차주에 대한 DSR을 최대 4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주의 빚 상환 능력을 따지는 DSR 비율을 낮추면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돼 '서민 돈줄'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은 이와 함께 시중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짐에 따라 모든 금융권에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DSR'을 도입할지 논의에도 나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보험사·상호금융사 등 2금융권 차주에게 DSR을 축소 적용할 경우를 가정한 '영향 분석'을 진행 중이다.


현재 2금융 회사별로 60%를 적용 중인 DSR 규제 대상을 차주별로 전환하고, DSR을 50%, 40%로 축소할 때 각각 업권별 대출 증가율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 또 얼마만큼의 차주가 2금융권에서 '탈락'하게 될지 등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당국이 영향 분석에 나선 만큼 2금융 차주에 대한 DSR 축소는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대출 등 모든 빚에 대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연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 A씨가 연간 1500만원을 빚을 상환하는 데 쓰고 있다면, DSR이 40%(2000만원)인 경우 A씨는 연 500만원을 추가 상환할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더 빌릴 수 있다.


다만 현재는 각 금융사가 자사 모든 대출고객의 DSR을 분기별로 평균(은행 40%, 비은행 60%)을 유지하면 된다. 예컨대 은행이 한 고객에게 DSR 60%를 적용하더라도 다른 고객에게 20%로 줄여 평균(40%)만 맞추면 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DSR 규제를 금융회사가 아닌 모든 차주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고 소득이 많은 차주에게 높은 DSR을 적용해 대출을 취급해 왔는데, 지난해 대출 급증 주원인으로 지목된 고신용·고소득자의 대출을 조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DSR 적용 기준을 차주별로 전환하는 동시에 비율 축소 검토까지 나선 것은 최근 2금융 대출 급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대출은 전년 대비 19.4% 폭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몰리며 대출이 크게 늘어난 은행 증가폭(11.5%)의 2배에 이른다. 다만 당국은 지난해 2금융권 대출 급증세가 은행 대출이 꽉차 2금융권으로 넘어온 이른바 '풍선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은행 대출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서민들의 자금난이 지난해 심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2금융 DSR을 축소하면 2금융조차 이용하지 못해 대부업 등으로 밀려나는 서민이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모든 금융권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DSR' 도입도 저울질하고 있다. 스트레스 지표는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해 산출하는 것으로, 현재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에만 적용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저점을 찍고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든 데다 변동금리 차주가 늘어나면서, 차주 리스크가 금융사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스트레스 DSR 도입 시 차주의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