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국내주식 비중 21.2%..연말까지 4.4%p 낮춰야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역대 최장인 42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이어가면서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을 위해 24조원 가량을 더 팔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도세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전체 금융자산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올 연말 자산배분 목표치인 16.8%에 맞추려면 23조7천억원 가량을 추가 매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가 176조6천960억원으로 전체 금융자산 중 비중이 21.2%에 달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올 연말 목표치보다 4.4%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16.8%로 낮추려면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연말까지 총 36조7천29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들어 2월까지 코스피·코스닥 주식 12조9천84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 같은 순매도의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차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까지 순매도 금액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24조원 가량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주가와 채권 등 자산 가격이 끊임없이 변동하면서 국내 주식 보유 금액과 비중도 계속 바뀌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순매도 금액은 이와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재까지 코스피가 4.85% 상승하는 등 국내 주가는 작년 말보다 올랐다. 또 연초 이후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국민연금 금융자산 중 채권 비중이 작아져서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앞으로 팔아야 할 국내 주식 규모가 24조원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올들어 지금까지 보인 속도로 국민연금이 순매도를 지속한다고 가정하면 6월 무렵까지는 계속 주식을 팔아야 연말 목표치에 도달하게 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펼쳐진 코스피 대형주의 강한 상승세로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더 높아졌다"며 "동시에 채권 등 다른 자산 수익률이 국내 주식보다 낮은 상황을 지속하면서 연초부터 빠른 비중 조절을 유발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연기금의 올해 일평균 순매도 속도를 고려하면 6월 초에 목표 비중 달성이 가능하다"며 "비중 목표 시점이 연말이고, 코스피의 연내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동시에 고려하면 연기금 순매도 속도는 6월 전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등의 내년 말 자산배분 목표 비중이 공개되는 오는 5~6월이 연기금 수급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연기금의 올해 자산배분 목표가 지금과 같은 증시 강세장이 나타나기 전인 작년 5월 설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연말 목표 비중이 바뀌거나 내년 말 목표 비중이 올해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경우 3월부터 증시가 강하게 상승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그해 연초부터 주식을 계속 팔아치우다가 그해 7월 들어 2010년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6.6%로 2009년 말 목표치(15.2%)보다 높이면서 그 이후 매도세가 거의 멈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작년 말 기준 국내 채권 비중은 39.1%로 올 연말 목표 비중(37.9%)을 웃돌았다.
반면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대체투자 비중은 각각 23.1%, 5.4%, 10.9%로 연말 목표 비중(해외 주식 25.1%, 해외 채권 7.0%, 대체투자 13.2%)에 못 미쳐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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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