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비트코인, 어디까지 오를까

대표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5000만원 시대'를 맞았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소식이 대형 호재로 작용하며 급등했다. 다만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큰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오후 5000만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 국내 가격이 5000만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빗썸에선 오후 4시께 5100만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8일 오전만해도 4200만원 정도였으나 하루 만에 1000만원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테슬라의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 비트코인 구매 소식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테슬라는 8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현금 수익을 극대화하고 다각화하기 위해 매입했다"라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향후 자산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 중 처음으로 자사 제품에 대한 결제수단으로 가상자산을 인정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연초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하고 한때 4700만원대까지 오르는 등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고점 대비 1000만원 넘게 떨어지며 가격 조정을 거쳤고 최근 다시 반등했다. 여기에 '테슬라 효과'가 더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애플리케이션(앱) 클럽하우스에서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전통적인 금융 투자자들에게도 널리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고, 트위터 계정 자기 소개란을 '#비트코인(#bitcoin)'으로 변경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공개 지지 이후 비트코인 가격도 뛰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만났다"고 평하며 "테슬라가 단순 투자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진 않았을 것이다.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과정에서 금융서비스 분야에 비트코인 활용을 염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투자 결정이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영향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력한 팬덤을 확보한 테슬라의 진입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성호 파트너는 "테슬라는 추종자들이 많고 주식 시장에서도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고 있어 시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도입하고 다양한 가상자산을 늘리며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 중장기적으로 상승장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비트코인이 1억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들이 나왔었다.

앞서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비트코인이 올해 10만달러(약 1억1100만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 목적으로 거래소 밖으로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인출하기 시작했다"라며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계속 줄어들며 상승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도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기관과 '큰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충분하다고 풀이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붙을 경우 향후 수년내 5만~10만달러(한화 5500만~1억1150만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관 투자가 늘어나는 등 비트코인 위상이 달라졌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트코인과 금은 공통점이 많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은 전통 자산들에 비해 변동성이 높다"라며 "현재는 금의 대체재로서가 아닌 언젠가 화폐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투기적 성격의 베팅이 주요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사고팔 수 있다. 원화로 입출금이 가능한 국내 거래소의 경우 빗썸· 업비트·코인원·코빗 등이 4대 거래소로 불린다. 거래소별로 거래하는 은행의 실명 계좌를 등록하고, 발급받은 가상계좌에 원화를 충전해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정규장 시간이 정해져 있는 주식시장 등과 달리 24시간 거래된다. 또 상·하한가 등 하루 단위 가격 변동 제한폭이 없어 가격 변동이 크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국내에선 오는 3월 거래소 등의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가격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거래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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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