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3년 걸려 '2,000 →3,000 점프'

1,000·2,000 돌파 등 레벨업 때마다 '성장통'

코스피가 6일 사상 최초로 장중 3,000선을 돌파하며 2,000에 처음 진입한 지 13년여 만에 앞 자릿수를 갈아치우는 기록을 썼다.


하지만 과거 코스피가 1,000선, 2,000선을 넘기는 '레벨업'을 할 때마다 이후 상당 기간 후퇴한 바 있어 이번에도 이런 '성장통'이 되풀이될지 관심이다.


이날 오전 장중 한때 코스피는 전날보다 36.59포인트(1.22%) 오른 3,027.16까지 상승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2007년 7월 2,000을 처음 넘긴 이후 13년 5개월 만에 '2,000 시대'를 지나 '3,000 시대'에 진입했다.

앞서 코스피가 1,000(1989년 3월 31일)을 처음 넘어선 뒤 2,000을 돌파하는 데에는 18년 3개월이 걸렸다.

1983년 1월 4일 공식 출범한 코스피는 저금리·저유가·저달러의 이른바 '3저 호황'을 업고 130대에서 670% 이상 급등해 1989년 3월 사상 처음으로 1,000선을 뚫었다. 당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불과 70조원이었다.

그러나 1,000선은 불과 5일 만에 무너졌다. 다시 1,000선에 올라온 것은 5년 5개월만인 1994년 9월 16일이었다.

이후 코스피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밀어닥친 1998년 6월 16일에는 280.00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급속한 경제 회복과 적립식 펀드 열풍, 중국 경제의 급성장 등에 힘입어 꾸준히 올라 2007년 7월 25일(2,004.22) 처음 2,000선을 돌파했다. 당시 코스피 전체 시총은 997조원으로 18년여 전 1,000 첫 진입 당시의 약 14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2,000선은 단 하루에 그쳤다. 한 달 뒤인 8월 17일 1,638.07까지 밀렸다. 그해 10월에서야 2,000선을 되찾았는데 10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2,000선을 넘은 거래일이 19일 밖에 안됐다.

코스피는 이후 점차 하락세를 타 세계 금융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은 2008년 10월에 938.75(2008년 10월 24일)까지 떨어졌다가 2010년 12월 14일(2,009.05)에야 2,000선을 회복했다.

이로부터 약 5년여 동안 1,800~2,200대 박스권에 갇혀 등락을 거듭하는 지루한 '박스피' 양상을 이어가다가 2017년 들어 세계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2017년 10월 30일(2,501.93) 2,500선을 처음 넘어섰다.

이후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주춤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1,457.64(3월 19일)까지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인식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뛰어들어 이른바 '동학개미' 붐을 일으키고 세계 각국 당국이 '제로 금리' 등 공격적인 부양책으로 뒷받침하면서 코스피는 오히려 급반등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작년 한 해 30.8% 상승, 주요 20개국(G20) 국가별 대표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이제 13년여 만의 대기록 수립에 성공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은 전날 종가 기준으로 2천60조원에 달한다.

다만 앞서 코스피가 1,000과 2,000을 넘긴 직후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인해 상당 기간 조정을 겪었던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단기간 조정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지수가 적정 수준을 넘기는 과열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른 감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조정에 따른 하단은 2,700선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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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