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활규제 개혁안'
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는 갑론을박
'국회 입법 사항'이라 폐지 시점 미지수
정부가 이른바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를 추진한다. 이동통신 추가 지원금 '상한'을 없애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단통법 폐지 실효성을 두고는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일부 이용자만 혜택을 독식할 수 있는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총선 등 일정을 고려하면 실제 시행 시기도 미지수다.
10년 만에 폐지되는 단통법, 왜?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생활 규제 개혁'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단통법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일부 소비자만 거액의 보조금을 받고 단말기를 사지만 나머지는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드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보조금에 차별을 두지 않고 누구나 쉽게 가격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좋은 취지였다. 특히 단말기 구입 시 제공되는 공시 지원금을 '최대 33만 원'으로 제한하고, 공시 지원금 외에 보조금을 규제했다. 이통사마다 휴대폰 지원금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막아 사업자로 하여금 스스로 통신 요금 및 단말기값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키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통신사들의 경쟁만 제한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초 기대했던 요금 할인이나 서비스 개선은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아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통신 3사는 지난 2021년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겼고, 올해까지 3년 연속 4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번 민생 토론회를 주재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10년 전 도입한 단통법 규제가 정작 국민 이익은 제대로 못 지키면서 기득권만 배불리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통법 폐지로 '내 통신비'는 줄어들까?
단통법 개선이나 폐지는 매년 정부가 추진해 오던 사안이었지만 제대로 추진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에도 현재 공시지원금의 15%인 추가지원금을 30%까지 상향하는 내용으로 단통법 개정이 논의됐으나 결론을 맺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는 5G 중간요금제 및 3만원대 5G 최저 구간 신설, 청년·고령층 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정책만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고가 단말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가계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단통법 폐지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통법 폐지로 인해 통신비 부담이 곧바로 줄어들 지는 갑론을박 중이다. 대리점에서 지원금을 더 받는 조건으로 비싼 요금제를 쓰도록 요구하면 통신비 절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택 약정 위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져 기대만큼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 이후 이용자 차별 방지에 대한 보완 대책도 나오지 않은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을 회원으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통법 폐지를 환영했다.
폐지 시점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단통법 폐지는 국회 입법 사항이어서다. 21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4월 총선 후 22대 국회로 논의가 넘어가게 된다. 방 실장은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언제 시행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정부는 통신사와 일정 기간(보통 2년) 약정할 경우 통신 요금 25% 정도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혜택을 유지할 방침이다. 추후 선택 약정 할인율도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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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