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리는 HUG, "피해액 전부 인정 못해"

"피해금 일부 제외한 확인서 강요받아"

2억원대 피해를 입은 '세 모녀 전세 사기' 피해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피해액 1억여 원만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HUG가 인정해준 피해확인서가 있어야 은행의 저리대출·대환대출 등 피해자 금융·주거 지원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액을 두고 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와 씨름을 벌이면서 이른바 '상처에 소금 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매일한국 취재에 따르면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 A씨(42)는 지난달 30일 HUG로부터 3000만원을 제외한 피해액에 대해서만 피해확인서를 발급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센터가 "3000만원을 빼면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3000만원 포함하면 서류미비로 해줄 수 없다고 내부 결론이 났다"고 말한 것이다. 같은 달 8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센터(센터)를 찾은 지 약 3주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해당 3000만원은 A씨가 2019년 7월 건물에 입주하면서 가계약금 명목으로 건축주에게 수표로 전달한 돈이다. 가계약 당시 3000만원에 대한 영수증을 받지 못한 임씨는 판결문으로 증빙 서류를 대신했다. 지난해 2월 법원은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임대인 박모씨가 임씨에게 2억1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건축주가 건물을 매도하면서 임대인은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 주범의 딸 B씨로 변경됐다.

그러나 A씨는 센터로부터 해당 판결이 법원의 '일방적인 승소'이기 때문에 증빙 서류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임차인이 피해자 지원제도를 악용해 임대인과 짜고 '무변론 승소'를 이끌어 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법원 판결이라고 해서 전부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취지다. A씨는 HUG로부터 "출석하지 않았던 상대방(B씨) 측이 나중에 3000만원 받은 적 없다고 하면 어떡할 거냐"는 반응도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뒤늦게 영수증 등을 제출했지만 역시 인정받지 못했다. 전세계약서상의 건축주 인감도장과 뒤늦게 준비한 영수증의 인감도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HUG에서 '3000만원을 뺀 확인서를 발급받으라'고 종용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 측은 지난 11일 센터에 "귀사에서는 피해 금액이 피해확인서 발급에 중요치 않다고 하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런 사기 사건을 겪으며 이런 피해 금액조차 증빙 서류가 없다며 피해 금액을 축소하라는 HUG 측의 고압적인 자세로 인해 다시 한번 좌절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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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