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채비율, 비기축통화국 평균 이상…재정건전성 '빨간불'

한국 부채비율 54.1% 예상…비기축통화 11개국은 53.5%

▲ [사진=기획재정부]
올해 처음으로 한국 정부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전전성 지표에 적색등이 켜졌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재정점검보고서 등에 따르면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전 세계 35개국 중 비기축통화 11개국의 올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의 부채(D2) 비율 평균은 53.5%로 전망됐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D2)은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가채무(D1=중앙정부+지방·교육 지자체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부채다. 국제사회에서 정부 간 비교를 할 때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다.


같은 시점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54.1%다.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는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한다.


11개 비기축통화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미국 달러와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과 체코, 덴마크, 홍콩,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몰타,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을 의미한다.

이들 비기축통화국은 경제 규모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50% 안팎에서 꾸준히 관리해왔다.

금융위기 직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2012년 54.9%까지 높아졌지만 2018년에 44.5%까지 낮췄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2021년 56.5%로 다시 정점을 찍었지만 2027년 50.2%까지 점차 하락하는 구조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펼치면 정부 부채 비율이 50% 중반대까지 높아지지만 이내 건전재정으로 전환해 40% 중반으로 낮추는 주기적인 구조다.

반면 한국은 2011년 33.1%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2015년 40%대를 처음으로 돌파(40.8%)한 지 6년 만에 50%대(2021년 51.3%)로 들어섰다.

비기축통화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일종의 장기이동평균선이라면 한국의 부채 비율이 올해 이를 뚫고 일종의 '데드크로스'를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부 부채가 비기축통화국을 넘어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비기축통화국은 수요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비기축통화국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기축통화국보다 낮게 관리해야 국가부도 등 위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

실제로 기축통화국들까지 포함된 IMF 분류 선진 35개국의 올해 GDP 대비 부채비율은 77.1%로 비기축통화 11개국 평균인 53.5%보다 높다. 같은 시점 G20 선진국은 122.9%, G7은 128.3%로 GDP가 높은 기축통화국 그룹일수록 부채비율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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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