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거래량… 증시 거래대금 작년 1월 대비 반토막

하루 거래대금 2년만에 20조 이하 '뚝'
대내외 리스크 산적 자금 재유입 막막

한국 증시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증시 거래대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 2년 만에 10조원대로 '뚝'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현재 코스피 및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9044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1월 20조6510억원보다 3.62%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약 2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한국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2020년 3월 18조4923억원 거래된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은 매월 20조원 이상을 기록해왔다. 한국 증시가 상승랠리를 보였던 2021년 1월에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42조965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에는 거래대금이 반토막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시 상승랠리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았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주요 지수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자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1월 13조8000억원으로 2021년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인 15조9000억원보다 약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증시 활동성을 나타내는 회전율 역시 감소 추세다. 코스피 지수가 3300선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6월 60.45%에 달했던 코스피 회전율을 이후 점차 하락해 2022년 1월 17.62%까지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큰 코스닥의 경우 회전율이 3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2022년 1월 코스닥 회전율은 52.06%로 전월(54.36%)보다 2.30%포인트 줄었지만 2021년 6월 85.77%보다는 33.71%포인트 떨어졌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자금의 신규 유입이 억제되고 활동성 또한 둔화되는 모습이 연초 이후 이어지고 있다"며 "개인의 증시 거래 비중이 68%까지 낮아지며 코로나19 국면 이후 처음으로 70%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거래대금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조50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8월과 9월에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5조원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이어진 국내 증시 하락세에 16%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통상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 확대 요인 지속… 투자심리 '꽁꽁'

증시 전반의 활력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증시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조금씩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의 양적 긴축 가속화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등은 국내외 증시를 흔드는 추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 커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우크라이나 자국민에게 즉각 철수할 것을 권고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미국 증시도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모두 1~2%대 급락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안감이 높아진 시장의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3월 0.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과 상반기 중 양적긴축 착수를 비롯해 연준의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장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연준의 긴축 가속으로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외 증시에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선반영하고 있는 만큼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상반기 내 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면서도 이미 시장이 조기 긴축 가능성을 상당분 반영해온 만큼 이 같은 행보가 시장에 충격이 될 수 없다고 부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시가 단기 반등 이후 숨고르기를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은 점차 잦아들고 있고 이 같은 진정 추세는 증시의 긴축 내성 확보와 함께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민감·가치주 중심 접근 유효"

투자 심리 악화로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손바뀜 현상도 줄었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연준의 양적긴축과 경기 회복이 증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기 민감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패닉장세 이후 기술적 반등 국면에서는 낙폭과대주의 반등이 두드러지고 이후에는 대형 경기민감 가치주가 강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연준의 긴축은 기정사실이며 통화 긴축에서의 경기 회복이 향후 주식시장의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도 "시장 전반의 어두운 분위기로 체감하기 힘들지만 가치주 유형으로의 로테이션이 더 진행될 공산이 클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 전반이 리오프닝 기대감을 먼저 반영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소비재 중심의 경제활동 재개 수혜주와 경기민감주 중심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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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