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떠민다고 해결될 일 아냐…안전관리자 턱없이 부족"
현장에서는 법 제정 취지와 달리 현실적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등을 처벌해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법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처벌을 중심으로 한 법의 제정은 현장의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 과정에서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요소도 있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가 여전히 모호해서다.
또한 대단지 건설현장을 비롯해 조선소 등 수만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대형 사업장의 경우 책임자의 준법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천재지변이나 과실에 의한 사고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사고에 책임자가 개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가 산업안전보건법보다 크게 강화된 점도 산업계에 부담을 준다.
산안법은 종사자 산재 사망 시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 법인은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반면 중대재해법은 종사자 사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게 50억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김영환 대한산업안전협회 본부장은 "최근 1년 내 여러 곳에서 유사한 재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런 재해들은 생소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일어났고 단지 사이즈가 조금 다를 뿐이다. 강하게 기업주를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현장에서 작동되는 시스템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고용부도 (중대재해법이) 고육지책이다. 안전협회 등 큰 기관들도 1200명의 인력이 있지만 이미 현장에서 각자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정책이나 제도를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자꾸 내놓고 강조한다고 해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안전을 관리하기 위한 인프라 조성이 가장 시급하다"며 "안전관리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기관도 늘려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안전관리 육성책도 같이 추진해야 하는데 애매한 입장에서 그냥 자꾸 내몰기만 해서는 사고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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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