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달 중순경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한다. 당국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수 차례에 걸친 고강도 대책에도 가계부채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어 추가 대책으로 실질적인 가계빚 억제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 또한 적지 않다.
7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6월 말 기준 1806조원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처음 출범할 당시인 2017년 2분기 기준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1388조3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4년 만에 418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그 증가세 역시 2017년 2분기 이후 최대치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련 처방책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 시작점인 2017년 10월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계획이 발표됐다. 당시에도 가계부채 급증 주범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지목돼 왔던 만큼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차원에서 수도권 등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상환능력을 반영한 돈줄 죄기에 나선 것이다. 또 집단대출인 중도금대출 보증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최대 5억원으로 낮췄다.
이후 1년여 만인 2018년 9월(9·13대책)에는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 내 주택을 더 보유하기 위한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유주택자 대출 시 2년 내 처분조건부 및 전입조건부 약정, 추가주택 구입 금지 등 규제가 도입됐다. 아울러 이미 집을 보유한 차주들이 전세대출을 받은 뒤 전세에 거주하며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다주택자와 1주택자(당시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에 대한 전세대출 공적보증을 금지시켰다.
2019년에도 대출규제 움직임은 계속됐다. 정부 당국은 12·16 대책을 통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투기과열지구 대상)에 대한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는가 하면 시가 9억원 이상인 주택에 대해서도 초과분에 대한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20%로 축소했다. 또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보증을 금지하는 등 규제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에도 총 3차례의 규제책이 등장했다. 이 중 부동산 규제에 해당하는 2·20대책과 6·17대책에서는 LTV와 전세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같은 해 11월 13일에는 ‘신용대출 등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됐다. 코로나19와 집값 상승, 주식시장 광풍 속에서 빠르게 불어나는 신용대출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된 해당 대책에서는 연봉 8000만원 이상 차주가 1억원 이상 신용대출 시 DSR(40%)을 적용받도록 했다. 또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1년 이내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경우 2주 내에 대출을 회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 뒤를 이어 5개월 만인 올해 상반기(4월 29일)에도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마련됐다. 이번 대책에서는 내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코로나 이전 수준(4%대)으로 복원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총량제’가 담겼다. 또 차주 단위 DSR을 전 규제지역으로 확대하고, 1억원 이상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차주별 DSR 적용을 받도록 했다. 이 같은 차주 단위 DSR은 매년 7월 점진적으로 확대해 2023년 7월 전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가계신용 증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대출규제에도 아랑곳없이 2019년(4.0%) 이후 2020년(8.4%), 2021년 2분기(10.3%)까지 지속적인 우상향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부동산 등 과열된 자산시장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현 상황이 가계대출 급증의 배경"이라며 "근본적인 처방 없이 대출규제만 강화하면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