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한 이재용, 곧장 삼성전자 사옥으로..'경영활동 재개' 염두?

"큰 걱정 끼쳐 죄송..열심히 하겠다"
재계선 대규모 투자·M&A 계획 주목

▲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제일 먼저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찾았다. 가석방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과 경영활동 재개 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5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그는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며 “저에 대한 걱정이나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취재진 질문에 따로 답하지는 않았고, 구치소 앞에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이 부회장이 탄 차량은 이후 곧바로 삼성전자 서초 사옥으로 향해 11시께 사옥에 도착한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취업 제한’ 규정 위반이라는 비판 여론에도 경영 일선 복귀를 준비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9일 가석방 결정을 내리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해 고려했다”고 밝힌 대목이 이 부회장의 운신 폭을 어느 정도 열어놓았다고 삼성 쪽에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서초 사옥 직행’은 청와대와 정부가 내세운 이런 가석방 명분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가석방 뒤 삼성그룹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계획을 내놓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20조원대의 파운드리 반도체 투자 계획만 밝히고 아직 투자처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텍사스주 오스틴을 비롯한 5개 지역 후보지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도체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한 삼성의 움직임이 가시화될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풀려나긴 했지만 대외·공식 활동에 활발히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조건부 석방 상태라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며 해외 출국 때는 보고·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향후 5년간 취업 제한 대상이어서 공식적인 경영 복귀를 하려면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취업 승인은 고려한 바 없다”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 경영권 불법승계, 프로포폴 투약 의혹 등 2건의 재판에 걸려 있는 사정이 부담으로 덧붙어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앞두고 일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읽히는 발표를 잇따라 내놓았다. 가석방 하루 전 삼성전자는 노동조합 공동 교섭단과 95개 조항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창사 이래 첫 단체협약 체결이었다. 앞서 11일에는 삼성전자 단체급식의 외부 개방을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청소년·친환경 사업들도 잇따라 발표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38% 급락한 7만44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종가 기준)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발표된 이후 사흘 연속 연중 최저가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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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