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거래소 폐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이 제 때 환불 등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특금법 시행까지 50여일이 남은 공백 기간 동안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인 달빗이 지난달 15일 서비스 중단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계좌 환불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달빗은 서비스 종료 하루 전인 지난달 14일 공지를 통해 “환불 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정리가 되는 대로 회원들께 안내해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달빗과 고객들 사이에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달빗은 최근 유무선 고객센터를 모두 폐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현재도 달빗 온라인 공지사항 댓글 창에는 “환불 일정을 공개하기 바란다”는 고객의 요청이 올라오고 있지만 업체 측의 답변은 달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중소 거래소 폐쇄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금융당국은 아무런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태도와 관련법 부재가 동시에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먼저 정부는 지난 5월 가상화폐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 유도, 다단계와 사기, 해킹 등을 집중 단속하는 ‘가상자산거래 관리방안’을 내놨지만 이는 범죄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통상적인 다른 금융기관 고객과 같은 수준의 보호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당국은 내달 특금법이 시행되면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금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를 하면 투자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증을 마친 거래소만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공백 기간 동안 달빗의 사례처럼 거래소가 중대한 경영상의 이유 등을 대고 환불 지연, 서비스 중단 등을 할 경우 고객은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 구제도 거래소 약관에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거래소가 문을 닫을 경우 특금범 적용과 상관없이 고객 피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소거래소 폐쇄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가상화폐 중소 거래소인 CPDAX는 9월 1일 서비스 중단을 예고했다.
비트소닉도 오는 11월 30일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했지만, 서비스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소닉의 지난 6일 하루 거래량은 2억5000만원 수준이다. 다른 대형 거래소에 비해 적은 규모지만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소 거래소 고객에 대한 피해예방 대책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반 소비자 보호법으로도 구제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규 한국법조인협회 변호사는 “물리적 물품을 사고 파는 온라인 거래와 달리 코인은 상품도, 서비스도 아니라서 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판례에서 코인 자체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피해 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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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