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위 카카오 만든 김범수..."상황에 맞게 뗐다 붙였다 유연하게"

한게임 시절 네이버와 합병, NHN 출범해 국내 1위 포털 발돋움
카카오 창업 후에도 다음, 로엔 인수... 페이 모빌리티 엔터 등 분사
카카오뱅크로 금융권과 직접 경쟁... 김 의장 강조한 도전정신서 비롯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메신저 ‘카카오톡’을 내놓은 지 11년 만에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서면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김 의장은 시장의 경쟁 상황에 따라 조직을 유연하게 떼었다 붙이는 경영 전략으로 인터넷업계를 선도해왔다.


그는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가 합병한 NHN,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으로 규모를 키웠고, 금융·모빌리티·콘텐츠 등으로 사업영역이 넓어지자 주요 사업 부문을 별도의 자회사로 독립시켜 빠른 의사결정, 투자 유치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김 의장이 평소에 강조하고 실천해온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김 의장이 한게임을 창업한 이후의 주요 행적을 보면 카카오의 성장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중요한 시기마다 인수·합병(M&A), 분사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가 1998년에 삼성SDS를 나와 창업한 한게임은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회원 수가 1000만명까지 불어나자 이에 대응할 시스템과 인력이 필요했다. 당시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같은 쟁쟁한 포털에 밀려 고전하던 네이버는 막대한 이용자와 수익모델이 필요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양사의 합병으로 NHN(현 네이버)이 탄생했고, 네이버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포털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김 의장은 2006년 카카오(당시 아이위랩)를 창업한 이후에도 굵직한 M&A의 중심에 섰다. 2014년 포털 다음 합병,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카카오는 로엔을 인수하자마자 멜론 부문을 제외한 음악·영상 유통, 제작 사업만 카카오M(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으로 분사해 “알짜 사업만 빼먹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 의장은 카카오M의 다른 유망한 사업들이 음원 1위 플랫폼인 멜론에 가려 저평가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예상대로 카카오M은 멜론 없이도 승승장구했다.


지상파 출신의 스타 PD들을 대거 영입했고,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등의 배우 매니지먼트사뿐만 아니라 메가몬스터, 월광 같은 드라마·영화 제작사도 인수해 역량을 키웠다.


카카오M은 카카오페이지와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꿨고, 기업 가치가 7조~10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김 의장은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사업 부문이 있으면 바로 독립시킨다. 분사 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고, 본사 내에 있을 때보다 투자 유치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 카카오게임즈가 그렇게 탄생했다. 카카오커머스는 최근 네이버, 쿠팡과의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다시 카카오에 흡수될 예정이다.

김 의장이 시장 상황에 따라 조직 체계를 수시로 바꾸는 유연함을 갖춘 건 그가 평소에 강조해온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 그는 NHN을 떠날 당시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고 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로 당국의 규제가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한 금융권에 진출한 것도 그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IT업계 관계자는 “규제 산업에 진출하는 걸 기피하는 기업인이 대다수”라며 “결과론이지만 지금의 카카오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정신이 밑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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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