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의 고객 쟁탈전이 시작됐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 차주의 대출이 막히면서 고객 풀이 줄어들자 전면적인 '대출 전쟁'의 막이 올랐다. 저축은행과 카드사는 대출 금리를 내리며 전통적 고객층이 아닌 우량 차주를 공략에 나서는 한편 경쟁사 상품 벤치마킹을 통한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2금융권 대출 전쟁'이 달아오르는 곳이 '스톡론'이다. 가맹점 수수료와 법정 최저금리 인하로 직격탄을 맞은 카드사가 저축은행의 영역이었던 스톡론까지 뛰어든 것이다.
스톡론은 제2금융권이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보유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담보부 대출인 탓에 담보가 없는 카드론보다 낮은 금리(3~7%)를 적용한다. 일부 카드사가 스톡론을 취급한 지 6개월도 안 돼 카드사의 스톡론 대출 잔액은 430억원을 넘었다.
카드론 금리도 내리는 추세다. 오는 7월 법정 최고 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인하하는 만큼 카드사가 선제적으로 최고 금리를 19.9%로 맞추고 우량 고객에게 금리 10% 이하의 카드론을 내주고 있다.
지난 3월 KB국민카드는 카드론 상품의 최저금리를 연 3.9%로 적용한다고 공시했다. 그 밖에도 우리카드(4%)·롯데카드(4.95%) 등이 우량 차주에 최저 4%대 카드론을 제공하고 있다.
우량 고객을 공략한 전략으로 카드론 이용 고객층이 넓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추가 대출이 필요한 우량 차주가 생겨났고, 카드론 최저금리가 떨어지며 카드사가 이들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카드론 고객군의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대 카드사 중 카드론 금리가 10% 이하인 고객(우량차주) 비율은 지난 4월 기준 삼성(18%)·신한(16%)·국민(10%) 순이었다. 현대카드는 전체 카드론 고객 중 우량 차주 비율이 28%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우량 차주 비율인 현대(16%)·삼성(13%)·국민(10%)·신한(7%)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다.
"고객 수 쟁탈 불가피"…중금리 대출 주력
카드사의 총공세에 저축은행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카드사 고객을 흡수해 대환대출을 유도하고 우량차주를 위한 상품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 차주 대상 상품이 사라져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공략 고객층이 상당 부분 겹치게 됐다"며 "저축은행 대출 절차가 복잡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비대면 모바일 대출 확대로 편의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사 대환대출을 포함한 중신용자 중금리 대출이 최근 저축은행의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신규공급액은 8조원으로 전년(4조원)보다 두 배가량 불어났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주력 상품인 'SBI 중금리' 이자는 연 5~15% 수준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 취급이 점점 힘들어지는 만큼 결국 중금리 시장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과거보다 마진이 적기 때문에 고객 수를 늘리는 전략이 불가피해서 카드사 고객을 끌어오려는 노력은 물론이고 저축은행 간 대환대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은 카드론과 금리가 비슷하지만 상환 기간이 60개월로 카드론(36개월)보다 길고 한도도 최대 1억원 대로 카드론(5000만원)보다 높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카드론을 쓸 때보다 신용점수 하락 폭이 크고 상환한 뒤에도 대출 이력이 남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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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