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상위 30개 김치코인, 두달새 시총 100조원 증발
21일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폭락의 충격을 담은 글들이 넘쳐났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글로벌 가상화폐의 급락 쇼크에 더해서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아로와나토큰·링크플로우·페이코인 등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들의 대폭락으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김치 코인은 원화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투자자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량 상위 30개 김치 코인을 선정해 4월 이후 가격 등락률을 분석했더니 고점 이후 하락률이 평균 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약 37% 하락했다. 김치 코인 하락률이 훨씬 높다. 30개 가운데 3개는 하락률이 80%가 넘었다. 60% 넘게 떨어진 코인도 23개였다. 김치 코인 4개 중 3개가 불과 두 달 새 거의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나머지 7개도 17~57% 하락했다.
한컴과 협력한다고 발표해 ‘한컴 코인’으로 불린 아로와나토큰의 하락률이 93%로 가장 컸다. 포인트 플랫폼에 쓰일 계획인 어셈블프로토콜도 80% 넘게(86%) 하락했다.
◇두 달 새 100조원이 사라졌다
30개 김치 코인의 시가총액은 20일 기준 약 29조5000원으로 4월 이후 고점 대비 약 108조원이 줄었다. 코스피 상장사 중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약 89조원)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투자 규모도 크고, 투기성이 강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코인들)에 주로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코인 정보 서비스 코인마켓캡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뤄지는 가상 화폐 거래의 94%는 알트코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약 30%가 오직 한국에서만 거래되는 ‘김치 코인’이다. 국내에서만 거래되니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폭등과 폭락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규제 강화 조짐으로 세계 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코인 시장은 계속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치 코인’의 낙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와 기업 등도 투자에 나선 비트코인과 달리 김치 코인은 개인들의 단기 투자 비율이 높아 더 크게 출렁이기 때문이다.
◇위태로운 한국 투자자, 규제는 가장 느슨
김치 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커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지만, 국내 가상화폐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느슨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 당국이 나서야 할 상황인데도 “가상화폐를 금융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이 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고 하자 2030세대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문제가 커졌던 일을 기억하는 다른 부처들은 개입을 꺼린다고 알려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한때 가상화폐 관련 범정부 대책반이 만들어졌으나 임시 조직에 불과해 실행력이 없었고, 그 후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거래법 개정 작업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 맡고 전반적 조율은 국무조정실로 가는 등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라고 했다.
반면 일본은 정부가 거래소를 감독하고 업계가 자율 규제안을 도입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을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가상화폐의 공시 지침을 증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엄격하게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은 “한국 거래소는 상장 규정 등이 허술해 코인의 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 ‘백서’가 턱없이 부실하거나 지배 구조가 불분명한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 거래소 상장 기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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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