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세 6개월 연속 지속에도
20∼30대 실업자 수 조금씩 늘어
물가·집값은 계속 올라 가계 부담
한국의 수출액이 1년 전보다 50% 넘게 껑충 뛰었다. 세계적 수요 회복과 지난해 이맘때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봉쇄) 기저효과로 3월 이후 수출액은 그야말로 ‘퀀텀 점프(단기간 비약적 성장)’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체감 경기는 좋지 않다. 고용 회복 속도는 수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물가와 집값 등은 계속 상승하면서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수출 호황이 내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구마 경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수출 금액은 311억15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3.3% 증가했다. 해당 기간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은 무려 59.1%나 뛰었다.
자동차부품(221.9%), 승용차(146.0%), 석유제품(149.7%), 무선통신기기(64.0%), 반도체(26.0%) 등 품목에서 수출 호조가 이어졌다. 수출 증가세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3월(16.6%)과 4월(41.4%)부터 이달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내수 경기 관련 지표들은 수출과 달리 아직 파티 분위기가 아니다. 그나마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취업자 수가 올해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희망적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은 여전히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4월까지 20대 실업자 수는 매월 0.3~1.0% 포인트씩, 30대 실업자 수도 매월 0.1~0.8% 포인트씩 늘었다.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가 등반 증가한 것은 구직 수요에 비해 일자리 문턱이 좁다는 의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실업자는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으며,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 가능한 자를 일컫는다.
이 와중에 물가와 자산 가격 등은 상승세를 계속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 0.6%, 2월 1.1%, 3월 1.5%, 4월 2.3%로 증가 폭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철강·구리 등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쳐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졌다. 집값도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까지 계속 0.71~0.89% 상승해왔다.
이런 양상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수요 회복으로 수출 대기업들이 벌어들이는 경제적 과실이 내수나 서비스업 대신 부동산·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 같다. 내수 활력이 돌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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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