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도지코인'을 표방한 진도지코인을 두고 가상화폐공개(ICO) 사기 의혹이 일고 있다. 가상화폐 개발자 측이 물량을 대거 떠넘기면서 발행 이틀만에 가격이 90% 이상 폭락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처벌 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13일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인 덱스툴에 따르면 진도지코인 개당 가격은 이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전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93.9% 떨어진 0.000000007334달러를 기록했다.
진도지코인은 지난 11일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새로 발행된 가상화폐다. 최근 급등락을 반복한 도지코인이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삼은 것을 본따, 진돗개를 내세우며 도지코인의 대항마 역할을 자처했다. 발행 측은 2분기 내에 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라며 1000조개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음에도 진도지코인은 탈중앙화 프로토콜(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끼리 거래를 하는 방식)인 유니스왑을 통해 거래됐다. 발행과 동시에 급등세를 보이던 진도지코인은 13일 오전 1시쯤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149조7000억개가 한꺼번에 매도됐기 때문이다. 당시 시세로 230만 달러(약 2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관련 업계에서는 진도지코인의 개발자가 보유한 물량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직접 떠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후 진도지코인의 공식 홈페이지와 SNS 등이 모두 폐쇄된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구제 방법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이른바 ICO 자체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가상화폐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ICO로 정의하고,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침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먼저 ICO를 진행하고 국내 거래소에 상장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올해 들어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에 상장된 '한국발 코인'만 50여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ICO 전면금지 조치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금융당국이 ICO 단계부터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거래법에 따라 ICO 과정에서 불법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위법 소지가 있을 경우 중단시킨다. 일본의 경우 사전에 금융청으로부터 면허를 획득한 거래소에서만 가상화폐의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화폐의 실체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이 자율적으로 '옥석 가르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ICO를 금지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통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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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