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구청 관리·감독 기능도 정상화…정비사업 비리 척결 기대
서울시 "그동안 미흡한 점 사과…부족한 곳 없도록 조치할 것"
서울시 내 모든 재개발·재건축조합에 적용되는 예산회계 의무규정이 대폭 개편된다. 그동안 수천·수조원대의 자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각종 비리와 횡령 위험에 노출됐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사문화됐던 회계 관리·감독 기능도 제 역할을 하게 됐다. 이는 본지가 지난 26일자에 보도한 '재건축 복마전①~⑤' 기획기사에서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정비사업 비리방지법과 후속 행정이 모두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음을 밝힌 데 따른 조치다.
28일 본지 취재결과,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달 시범 운영하는 'e-종합정보관리시스템'에 개정된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예산회계규정'을 정상적으로 반영한다. 관련법이 개정된 지 6년 만이다.
이 규정은 지난 2014년 서울시가 정비사업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취지로 1년간 자료 수집 및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만들었으나, 현재까지 실무에 적용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주요 내용은 한 해에 수입과 지출을 명확한 계정과목으로 나눠 명시하고, 사전 조합원 승인 없는 지출을 방지하며, 일반인도 예산집행 내역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양식을 통일하는 내용이다.
또 자료의 인계와 보관에 관한 규정도 만들어서 조합장과 집행부 교체가 잦은 정비사업 특성상 회계자료가 분실되지 않도록 했다.
매년 조합이 공시토록 통일한 양식은 △자금수지계산서(수입·지출·빚·예금 현황) △재무상태표 △운영계산서 △재무제표 주석 △공사원가 명세서 △자산부채명세서 △사업비명세서 △사업비·운영비 예산결산대비표 △예비비명세서 등 10가지다.
이 중 예산결산대비표는 한 회계연도에 쓰기로 한 예산을 어떻게 결산했는지 일반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양식이다. 쓰기로 한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남았는지, 부족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은 재무상태표와 재무제표, 분양원가명세서와 같은 회계만 공개한다. 쉽게 말해 공시 시점의 대략적인 재무상태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곳에 왜 돈이 나갔는지, 혹은 남았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별도의 명세서로 출납내역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모든 조합이 개정된 표준예산회계규정에 맞춰야 하며 인허가 과정에서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없던 일로 돌아갔다.
이와 함께 조합이 규정에 따라 한 회계연도에 계약한 모든 내용을 구청에서 매년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하기로 한 2중 안전장치(서울시 도시정비법 70조)도 작동한 적이 없다.
이런 구조에서 조합은 돈을 쌈짓돈처럼 썼다. 예산만큼 쓰기로 한 곳에 집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사가 필요할 때마다 지출한 후 조합원에게 사후 보고하는 식이다.
사전에 의결하지 않은 지출은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분을 받는 불법이지만, 한 해에 필요한 돈과 사업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지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조합마다 서로 다른 회계 양식에 기본적인 수입과 지출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먼 돈을 운용했고, 이는 각종 비리와 부정계약 의혹, 조합원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과거에 개정한 표준예산회계규정이 모두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며 "그동안 미흡한 점이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기능하지 않았던 (서울시 도시정비법 70조에 따른) 구청의 관리·감독도 정상화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보도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서 부족한 점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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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