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예정된 주식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 참여를 준비하는 기관·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 23일 현재 54조33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차거래 잔고는 작년 11월 하순 54조원대에서 차츰 감소, 연말연초 한때 40조원대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54조2천931억원으로 거의 5개월 만에 54조원대를 회복하는 등 최근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
대차거래는 기관·외국인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준 뒤 같은 주식을 돌려받는 거래다.
국내에서 기관·외국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거래로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하므로 대차거래 잔고 증가는 곧 공매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차된 주식이 공매도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공매도 자금은 대차거래 잔고 중 일부다.
이처럼 최근 대차거래 잔고가 느는 것은 내달 3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기관·외국인이 공매도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기관·외국인에 비해 공매도 참여가 상당히 어려웠던 개인도 금융당국의 개인 공매도 접근성 확대 조치에 힘입어 공매도 시장에 발을 담그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번에 공매도에 새로 참여하려는 개인투자자가 거쳐야 하는 개인 공매도 사전의무교육(30분) 과정이 지난 20일 개설된 지 나흘 만에 참가자가 23일 기준 4천명에 달했다.
앞서 공매도 거래가 있었던 개인 계좌 수가 지난 2016년 기준 약 6천4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 같은 수치는 적지 않아 보인다.
금투협 관계자는 "개설 초기인데도 참여 인원이 예상보다 많다"며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홍보 보도자료를 내고 기사로 많이 다뤄지면서 신청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번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위는 개인투자자가 더 쉽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인대주제도 대폭 개편을 준비해왔다.
과거에도 개인은 대주 제도를 통해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작년 2월 기준으로 6곳, 대주 대상은 393개 종목·205억원에 그쳐 현실적으로 참여가 쉽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대주가 가능한 증권사를 28곳, 대주 대상 규모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전 종목·2조4천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앞서 정부는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6개월간 전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고 이후 금지 조치를 2차례 연장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개인 공매도 접근성 확대 조치 등 제도 개선과 준비 작업을 마치고 내달 3일부터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에 한정해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한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 수준인 3,200선을 넘나드는 등 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올라간 가운데 1년 1개월여만에 공매도가 다시 시작되면 증시에 충격이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8년과 2011년에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가 재개한 이후 3개월 동안 코스피200지수는 10% 이상 상승했고 외국인투자자 역시 재개 이후 3~6개월 동안 순매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도 풍부한 유동성과 세계적 경기회복 추세를 고려하면 공매도 재개가 증시 전반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업황·실적이 부진한 종목 등 개별 종목별로는 공매도 재개로 국지적인 수급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기반해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