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공급대책 "주택시장 불안 잠재울 파격적 정책...개발이익, 젠트리피케이션 대안 필요"
업계ㆍ전문가들 "공급방식 다양해지고 수요 분산시켜 시장 안정화"
"주거의 질과 개발 극대화는 상충...장기적 부작용 막을 대책 마련 정교해야"
정부가 83만 가구 공급 물량을 담은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획기적인 대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민간을 공급 주체에서 아예 배제했던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 적절한 인센티브를 준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공급대책인 만큼, 단기적으로 땅값과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 "25번만에··· 드디어 대책 나왔다" 호평··· 공급 다양해지고, 수요 분산 '긍정적'
4일 발표된 대책에 대해 업계·전문가들은 "대규모 공급책과 함께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권한을 중앙정부가 사용해 빠르게 공급 속도를 늘리겠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면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되 민간의 역할을 적정히 수용한 점도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는 공동입장문을 통해 "서울 32만 가구, 전국 약 83만 가구 공급은 지금까지의 주택공급 체계를 극복할 획기적인 대책"이라며 "주택공급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단연은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주택·건설업계 16개 단체가 모인 연합회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이 주도해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 "민간이 주도하는 조합방식보다 사회적 갈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놀랄 정도로 공급량이 많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며 "다만 어디에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은 없고, 큰 틀의 방향성만 제시했기 때문에 실행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시장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이 적절하게 융합된 실무형 정책"이라며 "공급에 대한 방식이 굉장히 다양해졌기 때문에 기존 대책보다는 현실성이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주택자나 토지가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할지가 관건"이라면서 "분양가격이 저렴하면 무주택자에게는 유리하겠지만 그만큼 토지소유자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재건축과 재개발,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 등 도시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토지를 확보해 개발하겠다는 것이야말로 공급 총력전"이라면서 "그동안 재건축 걸림돌이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민간 공급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에 공급이 계속 늘어난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것이고 계획대로 공급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경우에는 무주택자의 심리적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수요자가 선호하는 분양주택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공공분양에서 추첨제를 도입한 점은 기존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현실적인 도시재생안을 제시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도시재생 사업이 벽화그리기,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 등 기존 재건축·재개발을 배제하고 진행됐는데, 오늘부터 재개발·재건축도 도시재생 범주에 포함됐다"면서 "재개발은 추가분담금 폭이 크기 때문에 해당 사업지에서 발상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결책을 현실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역할 확대하고 개발이익 독점 장치 막아야"
제도의 현실적인 안착을 위해 보완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상수 건단연 회장은 "공기업-민간기업 공동 실행을 통해 민간기업들의 참여가 더 활성화돼야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민·관 실무 태스크포스 운영 등 이해당사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 채널을 만들어 제도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에서 공공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기존 주민들의 재정착 비율을 높이고 개발이익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재만 교수는 "개발이익에 대한 효과적인 분배 방법은 조금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단순히 시세 대비 몇 퍼센트 저렴하게 책정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중위소득자가 대출을 끼고 집을 샀을 때 부담비율을 책정해 분양가를 선정하고, 추후에 환매조건부 등의 장치를 마련해 시세차익을 개인이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주거지역은 글자 그대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상업지역처럼 다양한 시설과 업종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때문에 주거지역은 고밀개발을 밀어붙이지 말고, 첫 사업지에서 발생했던 민원과 문제점 등을 다음 사업지에 반영하는 등 템포와 완급을 조정해 선순한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은 뉴타운 광풍처럼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면서 "통합심의가 빠른 사업승인만 맹목적으로 좇지 않도록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규제 완화와 주거환경 저하라는 상충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또 대규모 물량 공급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가격 급등에 대한 세부적인 대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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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