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의원 발의 상생법안 유력
업종 따라 손실매출액 70% 보상
유사 재난사태 보상 상시화 예고
자발적 기부 사회연대기금법 등도
실상은 기업 팔 비틀기 가능성 커
"정말 어려운 곳에 핀셋 지원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을 공식화한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이 코로나19 사태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입법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고 재정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면 해당 업종의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서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올 2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밝히고 있어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재정 살포라는 비판이 나온다.
협력이익공유법과 사회연대기금법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여권이 앞장서 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기업의 자발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도 유사한 이익공유·연대기금 조치가 시행됐지만 캠페인성 정책으로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다.
◆국가재정으로 코로나 피해 보상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실보상법과 관련해 “당내 여러 발의안 중 민병덕 의원 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이 이날 대표 발의한 ‘코로나19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은 정부의 행정조치에 따른 집합금지·영업제한·일반업종의 손실매출액을 각각 70%, 60%, 50% 보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실매출액은 국세청 신고 매출액 기준으로, 행정명령 발동 기간의 매출액을 직전 3년의 같은 기간 동안 산정한 평균 매출액과 비교한 차액을 말한다.
민 의원 측 관계자는 “현금 장사도 많지만, 보상금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선 국세청 신고 매출액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손실보상금의 월 지급 한도는 각각 3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이다. 법안은 전 국민에게 개인별 50만원의 위로금을 소비진작 쿠폰 등으로 지급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안상 예상 소요 재원은 지원 기간을 4개월로 가정 시 98조8000억원으로, 월 2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위해선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해 826조(2020년 10월 기준)의 국가부채를 지고 있는 재정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된다.
민 의원의 특별법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선언 시 효력을 잃지만, 한번 법이 만들어지면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도 피해 업종 보상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허 대변인도 “(코로나19와) 똑같은 국가재난사태가 발생하면 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별법 대신 기존 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정세균 총리가 주재하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는 기존의 감염병법에 ‘손실보상’ 문구를 추가하고, 구체적인 피해보상 범위와 규모를 시행령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코로나19와 유사한 감염병 사태로 집합제한 조처가 내려져 재산권에 제한이 생기면, 별도의 특별법 발의 없이 감염병법 개정안만으로도 정부가 금전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특별법 제정보다 국회 처리 절차가 간단하고, 시행령은 정부 고유 권한이므로 여야 논의 과정 없이 조속한 법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반시장법’ 논란 불가피한 협력이익공유법
협력이익공유법은 20대 국회에서 ‘반(反)시장법’이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조정식·정태호 의원이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배달의민족, 쿠팡 등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 기업이 협력해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면 정부가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이익공유금액(출연금)에 대한 법인세 감면 비율을 20%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연대기금법은 기업과 개인이 자발적 기부로 마련한 연대기금으로 피해 소상공인을 돕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두 법 모두 ‘자발적 참여’를 핵심 요소로 삼았다. 그러나 앞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초과이익공유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등도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했지만 모두 흐지부지되면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당이 두 법을 홍보할수록 ‘기업 옥죄기’ 비판이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후 이 대표가 여의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IT(정보기술) 협회 단체들과 가진 간담회도 사실상 이익공유제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압박성 자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초 민주당이 간담회에 IT 기업을 초청했으나 이들 기업이 난색을 보여 만남이 불발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이와 관련해 “업종이나 상황에 따라 여유가 있는 기업을 세액 공제 등 유인책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상생연대 3법에 대해선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실제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정당화가 돼야 한다”며 “정말 어려운 쪽에 핀셋 지원이 이뤄지는 것과 잘 맞물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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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